‘가족들에게 전하는 말: 슬퍼하지 말고 잘 보내주렴, 장례 절차: 간소하게.’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이별, 그 순간을 내가 직접 준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동안 우리는 ‘죽음’이라는 말을 멀리하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으로 준비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중증 환자 90% 가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임종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생의 마지막을 병실에서 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마지막 순간, 어디서, 어떻게 떠나고 싶은지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은지 정작 중요한 이 질문들에 대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어떻게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내 삶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지’
내가 죽은 뒤 매장할지 화장할지, 화장 후 봉안당에 모실지 자연장이나 산골을 택할지, 남겨질 재산은 어떻게 나눌지, 소중히 여겼던 내 물건들은 누구에게 전할지. 이 모든 것을 미리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 그게 바로 나를 위한 웰엔딩입니다.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 주는 일이 아니라 오롯이 내 삶의 마지막을 내가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엔딩노트: 내 스스로 준비하는 삶의 끝

엔딩노트란?
엔딩노트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죽음이 찾아왔을 때를 대비해 중요한 정보와 마음을 기록해두는 노트입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물론, 사후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재산 목록, 계좌 정보, 장례 희망사항 등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꼭 정해진 양식이나 쓰는 법은 없습니다. 내가 남기고 싶은 것, 전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담으면 됩니다.
하지만 막상 쓰려니 막막하다면 아래 내용을 참고해 보세요.
엔딩노트에 추천하는 6가지 항목
엔딩노트에 반드시 써야 할 것도, 쓰지 말아야 할 것도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인생을 돌아보고,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엔딩노트는 단순히 사망 후에 열어보는 노트가 아닙니다. 때로는 치매나 중병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이 참고할 수 있도록 살아 있는 동안 나의 생각과 희망을 정리해두는 역할을 합니다.
아래 항목들은 실제로 많은 분들이 엔딩노트를 작성할 때 참고하는 주요 내용입니다.
1️⃣ 평소 신경 쓰는 일상 정보
-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컴퓨터 계정 정보
- 등록한 웹사이트의 ID와 비밀번호
- 사용 중인 SNS 계정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 온라인 계좌 정보 (은행, 증권사)
- 전자 결제(비대면) 및 앱 서비스 정보 (카카오페이, 토스 등)
- 저장된 사진, 동영상, 주소록 등 데이터
- 키우던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 (건강 상태, 중성화 여부 등)
👉 이 정보들은 사망 이후 개인정보 보호와 해약·해지 절차를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2️⃣ 상황 발생 시 연락처
- 응급 상황 시 연락해야 할 가족, 친구, 지인
- 가입한 단체, 동호회, 협회
- 업무 관련 직장 동료나 비즈니스 파트너
- 거래 중인 금융기관, 보험사 연락처 등
👉 상황에 따라 빠른 대응이 필요할 수 있으니 상세히 작성해 두세요.
3️⃣ 의료 및 돌봄에 대한 희망사항
- 중병이 왔을 때 연명 치료를 원할지, 원치 않는지
- 완화 치료(호스피스)를 선택할지 여부
- 돌봄 장소: 자택 희망인지 요양 시설 희망인지
- 가입한 보험사, 보험 상품, 증권 보관 위치
👉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기록하면, 가족의 결정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4️⃣ 장례 및 묘소(산소)에 대한 희망
- 장례 형식: 매장 or 화장, 간소식 or 전통식
- 장례 기간과 참석자 범위: 조용한 가족장? 지인 포함?
- 부의금, 화환에 대한 의견
- 묘소나 봉안당, 자연장 등 묘지의 선택
- 장례를 맡길 경조사 업체 정보
👉 장례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있으면, 유족이 혼란에 빠지지 않습니다.
5️⃣ 재산 상황과 분배에 대한 생각
- 소유한 예금 및 증권 계좌
- 가입한 보험 계약
- 보유 부동산 목록과 소재지
- 자동차, 귀금속 등 실물 자산
- 부채, 대출, 신용카드 등 채무 정보
👉 유산 분배나 상속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6️⃣ 후견인 정보
- 법적 후견인이나 보호자가 있는 경우, 관련 정보 기재
- 후견 관련 계약서나 지정 사실 확인 가능 서류 안내
💡Tip:
아래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묻고 답해보세요.
-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 내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 나에게 감사한 일, 그리고 감사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 앞으로 남은 시간,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나와 소중한 이들을 위해 편지도 써보세요.
- 가족과 친구에게 남기고 싶은 마지막 인사
- 그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말
- 내게 상처를 준 사람, 혹은 내가 상처 준 사람에게 보내는 용서와 화해의 말
- 마지막 순간, 나 자신에게 건네는 응원의 한 마디
엔딩노트 작성 시 주의사항
1️⃣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엔딩노트는 ‘희망 사항’일 뿐입니다. 유산 분할이나 법적 권리를 확정하고 싶다면 반드시 유언장을 작성해야 합니다.
2️⃣ 보관 장소를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개인정보나 재산 정보가 담긴 문서이므로 보관 장소를 확실히 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려두어야 합니다.
3️⃣ 가족과 공유하세요
작성한 사실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가족에게 존재를 알리고, 열람 시점과 방법을 미리 정하세요.
유언장(遺言狀)이란?

먼저 유언의 뜻을 살펴볼게요.
- “유언(遺言)”이란 사람이 그가 죽은 뒤의 법률관계를 정하려는 생전의 최종적 의사표시로서 유언자의 사망으로 그 효력이 생깁니다.
- 유언은 반드시 유언자 본인의 독립한 의사에 따라 행해져야 하는 행위로, 상대방의 수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독행위입니다.
- 유언자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유언할 수 있고, 언제든지 이를 변경 또는 철회할 수 있습니다.
(출처: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 즉 유언장은 법적 효력이 있는 생전의 최종 의사 표현입니다. 사망 이후 효력이 발생하며, 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합니다:
- 재산 분배(유증)
- 상속인의 지정 또는 제외
- 유산 분할 방법 결정
- 법률에 정해진 기타 사항
유언은 반드시 본인의 독립된 의사로 작성해야 하며, 형식과 요건을 갖춰야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엔딩노트와 유언장, 뭐가 다를까요?
혼동하실 수 있는데 유언장은 법적 효력이 있고 엔딩노트는 참고사항이에요. 엔딩노트는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 장례 희망사항 등을 적지만 법적인 권리를 주장하긴 어렵습니다. 반면 유언장에 적힌 내용은 법에 의해 강제력이 발생합니다.
구분 | 엔딩노트 | 유언장 |
법적 효력 | 없음 | 있음 |
작성 형식 | 자유로운 형식 | 엄격한 요건 필요 |
작성 시점 | 생전 자유롭게 작성 | 생전 작성, 사망 시 발효 |
목적 | 사전 안내와 가족의 이해 도움 | 상속과 법적 분쟁 방지 및 재산 분배 |
작성 비용 | 없음 또는 저렴 | 공증 필요 시 비용 발생 가능 |
엔딩노트는 내 삶과 가족을 위한 다이어리이고, 유언장은 법적 재산 분배 문서라는 점을 꼭 기억해두세요.
유언장에 담을 수 있는 내용
유언장은 크게 아래와 같은 사항을 정할 수 있습니다.
1) 유증 또는 상속분 지정
- 재산을 특정인에게 넘기겠다는 약속입니다.
- 예) “내 아파트는 첫째 아들에게 상속한다.”
2) 유산의 분할 방법 지정
- 유산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입니다.
- 예) “현금은 50%씩 두 딸에게 나눈다.”
3) 상속인의 제외 및 인지
- 특정 상속인을 상속에서 제외하거나, 본인의 자녀임을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4) 기타 법률에서 정한 사항
- 예) 미성년 자녀의 후견인 지정 등
유언장 작성 시 주의할 점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간략하게라도 기억해두세요!
1️⃣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이므로 형식이 중요합니다.
- 자필증서(직접 손으로 작성), 녹음(음성으로 녹음), 공정증서(공증인 앞에서 작성) 등 작성 방식이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 날짜, 서명, 날인 등이 필수이며, 요건이 맞지 않으면 무효가 될 수 있어요.
2️⃣ 유언 내용을 가족과 공유하거나 보관 방법을 정하세요.
- 유언장은 작성 후 어디에 보관할지, 누가 열람할지 정해야 합니다.
- 공증사무소, 은행 금고, 또는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나 변호사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 아무도 모르게 보관하면 존재조차 몰라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3️⃣ 변경과 철회는 언제든 가능하지만,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 살아 있는 동안은 언제든지 내용을 바꿀 수 있습니다.
- 새로 쓴 유언장이 기존 유언장을 자동으로 무효화합니다.
- 변경이나 철회 시에도 원래 유언장 작성과 동일한 법적 형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 자세한 내용은 다음 콘텐츠에서 다루겠습니다.
우리가 죽음을 연습할 수는 없지만 준비는 미리 할 수 있습니다. 존엄하고 품격 있는 죽음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한 엔딩노트와 유언장은 단순한 문서가 아닙니다. 내가 남긴 삶의 가족이자 남겨진 가족을 위한 가장 따뜻한 배려죠. 엔딩노트가 내 마음을 전하는 편지라면 유언장은 내 의지를 실현하는 방법입니다. 두 가지 모두 내 인생을 스스로 정리하고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지금이 바로, 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할 시간입니다.